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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2019 기해년 정국이 남긴 불편한 진실

한반도 평화협상, 핵보유 北-美 담판장 변질
소득주도성장 '과속' 각분야 속도위반 딱지만
조국사태 등 '정권 도덕성' 의심·분노 자초
성찰·반성 통해 역사·국민앞에 겸손해지길

기해년 새해 첫 칼럼을 '문재인 정부도 역사의 한 줄기일 뿐이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했다. 새 정권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2018년 정국은 국정 각 분야의 과속으로 진영간 갈등이 가속됐다. 세차례 남북정상회담은 전격적이고 파격적이었지만 본질인 북한 비핵화는 모호했다. 변칙적인 공론화 조사로 원전폐지가 결정됐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과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급발진했다. 연말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터졌다.

모든 현안에서 진보와 보수 진영의 진지전이 가열됐고, 양 진영 모두 이념의 참호를 견고하게 구축했다. 자성하고 경고할 만한 분열현상이었다. 진영논리에 감염된 정당 권력들이 권력의 실제 주인인 국민을 분열시켜 제 잇속만 챙기는 당리당략이 만연했다. 새해 첫 칼럼에서 정국을 주도하는 문재인 정권이 역사와 국민 앞에 겸손해질 것을 요청한 건 이 때문이다. 국민이 정권을 바꾸어 가며 일구어낸 역사의 대하에서 문재인 정부는 한 줄기 지류임을 깨닫기를 기대했다.

2019년 성탄절 전야다. 올해 첫 칼럼에서 정권을 향해 요청했던 당부가 순진한 희망에 불과했다는 자괴감으로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자니 고통스럽다. 올 한해 국정 각 분야에서 전년의 과속이 무색하게 지체와 정체가 심각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미 삼각협상은 6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반보의 진전도 없는 실정이다. 한반도 평화협상은 핵보유국인 북한과 미국의 담판장으로 변질됐다. 북한은 핵무장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대신 전면적 제재완화를 요구한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확고해졌다. 반면에 한국의 외교적 지위는 추락했다. 트럼프의 방위비 인상 요구는 약탈적이다. 문 대통령을 모욕하는 북한 당국의 발언은 막장이다. 한국을 속국 취급하는 중국의 안하무인은 금도를 넘고 있다. 일본에 화풀이를 해봤지만 서로 상처만 입었다.

대통령과 여당과 경제부처가 올해 따먹을 수 있다고 장담했던 소득주도성장의 달콤한 열매는 열리지 않았다. 대신 소득주도성장의 쾌속질주로 각종 경제지표와 실물경제 각 부문에 속도위반 딱지만 줄줄이 붙었다. 시장은 40대의 실업으로, 자영업자의 폐업으로,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반격에 나섰다. 대통령은 해외의 신용평가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소득주도성장 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지만, 기업들은 본능적으로 경제침체 장기화를 직감하고 각자도생에 나섰다.

정치의 후퇴는 경제의 지체와 외교의 정체현상보다 참담했다. 정권의 도덕성에 대한 대중의 의심과 분노를 스스로 자초했다. 조국사태로 문재인 정권의 기반인 진보진영 전체가 휘청였다. 조국 일가의 각종 비리의혹은 법적 판단과 상관없이 파렴치했다. 진보가 입에 달고 사는 공정과 정의의 이면에 도사린 흉측한 기득권이 드러났다. 조국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청와대와 여당과 진보진영 명망가들의 편파적인 양심을 보여줬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은 치명적이다. 의형(義兄)의 당선이라는 대통령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하명수사, 선거개입을 했다는 의혹은 박근혜의 권력 사유화에 버금간다. "문재인 정권에 민간인 사찰 DNA는 없다"는 김의겸의 우생학적 단정에 금이 갔다. 보수정권을 희롱했던 조국의 과거 발언은 현 정권을 향한 비수가 됐다. 검찰이 정국 주도권을 행사하고, 정당은 무기력하며, 국민은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갈렸다.

국민은 대통령이 약속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다운 나라'의 실체를 묻기 시작했다. 국민은 2019년 정국을 통해 문재인 정권에 내재된 기득권 진보의 실체적 진실을 마주했다. 그리고 당황하거나 분노했다.

송구(送舊)의 시간이다. 집권세력에게 소중한 시간이다. 흘러가는 과거에 불편한 기억을 실어 매몰하면 안된다. 성찰과 반성을 통해 권력 내부에 기생했던 불편한 진실들을 일소할 각오를 다져야 할 시간이다. 그래야 정권이 자부했던 도덕적 권위를 되찾을 수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요청한다. 역사와 국민 앞에 겸손해지길 바란다.

/윤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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