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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경인칼럼]그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말직임에도 '멍에 쓴듯' 두번 임기를 마쳤다
미디어불모지 6년을 갈고나니 한결 홀가분
기억에 남는 건 발달장애아 만났던 시공간
비장애아 함께할 '공감 프로그램' 적용 기대

두 번의 임기를 마쳤다.

개방형 직위인 방송통신위원회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에 임용돼 꽉 차는 6년을 일했다. 누가 물었다. 섭섭하지 않으냐고. 천만에. 전혀 아니다. 시원하다. 미관말직이었음에도 지난 6년간 목에 씌워져 있던 멍에는 무거웠던 것 같다. 곧은 멍에든 굽은 멍에든 일단 그것을 짊어진 순간부터 겨리나 호리를 끌어야 했는데 인천은 갈아야 할 산비탈치곤 너무 그늘지고 가팔랐다. 서울의 음영지대, 미디어문화의 황무지, 특히 방송영상미디어의 불모지로 일컬어지는 곳 아니던가. 내려놓았을 때 봄바람처럼 느껴지던 그 홀가분함이란. 떠난 며칠 뒤 센터직원들이 전해준 2019년도 센터경영 평가결과도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었다. 그동안의 쟁기질이 영 볼썽사납고 거칠기만 했던 건 아닌가 보다.

또 하나, 이런 질문을 받았다. 누가 기억에 남느냐.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고 지우고 하는 사이 문득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이 있었다. 나로서도 뜻밖의 인물들이다. 이제 고등학교를 다닐만한 나이가 되었을까. 2∼3년 전쯤 그 '아이'를 처음 봤을 때 그는 늘 어머니와 함께였다. 센터 한쪽에 마련된 화단에 걸터앉아 화장실에서 페트병에 담아온 물을 나무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물이 떨어지면 다시 화장실로 가 세면대에서 물을 담아 나무에 뿌려주는 행위를 되풀이했다. 그 곁에서 어머니는 말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그러고 있는 아들과 스마트폰에게 교대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거의 매일,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청년이 흔적을 심하게 남겨놓아 불편하긴 했지만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아주 심한 경우 밖에서 기다리던 어머니가 사람이 없는 틈을 타 휴지로 훔치곤 했다.

다른 한 '아이'는 나이가 더 들어 보였다. 어머니와 함께인 그 아이처럼 센터와 같은 건물에 있는 보건기관의 재활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듯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센터로 올라와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었다. 언제나 혼자였던 그는 늦은 오후 하루 일정을 끝낸 미디어체험공간을 서성이면서 누군가와 끊임없이 말을 나눴다. 때론 천장을 향해, 때론 바닥을 향해, 때론 빈 벽을 향해 말을 했다. 혼잣말이었으나 혼잣말이 아닌 대화들. 가까이 지나친 적도 많았지만 대화의 내용을 한 번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가끔씩 센터 입구 나무그늘에서도 마주치고, 아주 드물게 인천지하철 1호선 열차의 송도구간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행동은 한결 같았다.

그 '아이들'과의 만남이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미디어 체험프로그램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재작년 가을부터 서울대 의생명지식공학연구실 김홍기 교수를 만나 자문을 구했다. 이어 숙명여대 숙명인문학연구소장 박인찬 교수와 이재준 연구교수, 같은 대학의 심리치료대학원 놀이치료학과 이영애 교수, 연세대 X-미디어센터장 이현진 교수 등을 차례로 만나 프로그램의 개발 필요성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함께 뜻을 모아 시작된 프로젝트가 '미디어 공감'이고, 1년여 만에 개발된 미디어 체험프로그램이 '다함께 팡팡'이다. '나', '너', '공감', '우리' 4단계로 설계됐는데 각 단계별로 적합한 미디어아트 기법을 적용했다. 지난해 연말까지 '공감' 단계의 프로그램으로 시범운영을 모두 마쳤고, 올해 인천지역 특수학교 미디어체험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한껏 가벼워진 마음으로 떠날 때에도 임시사용허가를 받아 개관 준비를 하던 6년 전처럼 센터의 문은 잠겨있었다. 코로나사태에 센터도 예외일 수 없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이 난리통에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2018년 기준 국가등록 발달장애인은 22만5천601명, 전체 장애인의 8.9%를 차지한다. 지적장애 20만903명, 자폐성장애 2만4천698명이다. 내가 사는 인천만 하더라도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지적장애 1만574명, 자폐성장애 1천530명 등 모두 1만2천104명에 이른다. 그 '아이들', 빗장이 걸린 센터의 그 공간이 아니더라도 어디 마땅히 시간을 보낼 데가 있긴 한 걸까. 어머니는 또 어디서 아들을 지켜보고 있을까.

/이충환 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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