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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경인칼럼]쌍용차가 가야할 길

마힌드라 그룹 투자포기로 다시 기로에 서
만성적자 무작정 껴안을 착한 자본은 없어
2015년 티볼리 흥행이후 성적부진 이어져
본질은 경쟁력… '품질혁신'으로 답 찾아야

2009년 여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은 전장(戰場)이었다.


직원들을 밀어내려는 사(使)와 벼랑에 몰린 노(勞)가 처절하게 맞섰다. 이른바 '옥쇄파업'이다. 회사는 임직원 2천600명을 해고하려 했고, 노조원들은 공장을 점거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5월 춘투는 한여름까지 77일이나 계속됐다. 1천700명이 명예퇴직과 무급휴직, 강제해고 사유로 회사를 떠났다.

다큐멘터리 영화 '저 달이 차기 전에'는 악몽 같은 투쟁현장을 전한다. 제목은 한 노동자가 '저 달이 보름이 되기 전에 사랑하는 가족 곁으로 갈 수 있다면…'이라고 독백하는 장면에서 따왔다고 한다. 강제해산 과정에서 노조원 64명이 구속되고 경찰 100여명이 다쳤다. 열명 넘는 노조원과 가족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앞서 그해 1월,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판매부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하자 경영권을 내놓은 것이다. 먹튀논란이 일었다.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며 2005년 대주주가 된 상하이차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인수대금 5천900억원 중 3천900억원(66%)을 빌려서 충당했다.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생산규모를 늘리겠다는 구상은 허상이었다. 2007년 적자로 돌아서더니 2년 만에 법정관리 신세가 됐다.

기술유출 의혹도 뒷맛이 쓰다. 새로 출시된 '카이런'의 제작기술을 240억원에 상하이차로 이전하는 계약이 성사됐다. 신차 개발비는 통상 3천억~4천억원이 소요된다. 헐값 세일이다. 상하이차가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우려에도, 정부는 중국을 찾아 투자계획을 논의했다. 국정원이 기술유출 혐의를 포착했다는 설이 돌았으나 상하이차는 이미 손을 털고 떠난 뒤였다. 2001년 렉스턴과 무쏘스포츠, 2003년 뉴체어맨을 출시하며 기세를 올렸던 쌍용차가 중국기업 인수 뒤 사정이 반전한 것이다. 해외매각은 패착이 됐다.

2020년 봄, 쌍용차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

대주주 마힌드라그룹이 2천300억원 추가 투자를 포기하겠다고 하면서다. 대신 '자금을 마련할 대안을 찾기를 권한다'고 했다. 손을 떼겠다는 간접화법이다.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한 지 9년 만이다. 인도 모(母)기업의 자금 사정이 최악이라고 한다.

속내는 다를 것이다. 쌍용차는 12분기 연속 적자다. 6천500억원을 투자했으나 판매 부진과 자금난은 여전하다. 금융기관 차입금이 4천억원을 넘는다. 올 1분기 판매실적은 전년 동기 28% 급감했다. 손실을 감내하는 선한 자본은 없다.

공적자금 투입과 외자유치는 쌍용차 회생 공식이었다. 이번에는 사정이 다를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중복 자금지원은 비판여론이 거세다. 만성적자 기업을 무작정 껴안을 착한 자본은 없다. 강도 높은 자구책과 외부 수혈은 얼마간 수명을 연장할 수는 있어도 환자를 살려낼 수 없다.

1990년대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도산할 게 뻔했다. 설비·사원·부채 과잉에 빠져 10여년을 헤맸다. 1997년 도입한 CD(Customer Delight) 품질향상운동이 명운을 바꿨다. '고객에게 감동과 감격을 주자'는 목표가 명확했다. 독창적이고 과감한 선제 조치가 뒤따랐다. 소형차 '윗츠'를 선보이고 세계 첫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했다. 노쇠한 도요타가 지구촌을 깨우는 '품질혁신'의 아이콘이 됐다.

쌍용차 위기의 본질은 '상품 경쟁력'이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기업은 늘 위태롭다. 2015년 티볼리 이후 흥행한 모델이 없다. 지난해 2월 출시한 코란도 5세대도 성적이 부진하다. 전기차 개발도 경쟁사들에 뒤진다. 신차 개발도 고민거리다.

기업의 존재 가치는 매출 증대와 수익 창출이다. 공적 자금에 기대고, 자본을 구걸하는 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10여년 전, 도요타가 대량 리콜사태를 극복한 동력 역시 품질혁신이었다. 쌍용차가 가야 할 길이다.

/홍정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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