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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교육

[토론합시다-가평군 '생명지킴이']누군가의 안타까운 선택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경기도내 자살률 가장 높았던 가평
2010년 60.5명 → 2019년 32.2명
센터 개설 불구 전담인력은 부족
이장·부녀회장 '임명' 실질 주체로
마을 정신건강 살피고 센터 연결

 

교육판 경인일보 지면1

"당신은 누구십니까."

불쑥 나를 묻는 질문을 받았을 때를 떠올려봅니다. 갑자기 받은 질문이라 당황스럽겠지만 여러분은 으레 "ㅇㅇ시(군)에 사는 누구입니다" "ㅇㅇㅇ학교에 다니는 누구입니다"라고 답을 할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인터뷰하는 기자로 인터뷰 말미 당신은 누구냐고 물을 때 항상 이런 대답을 들어왔습니다.

여러분은 대한민국 국민이기도 하면서 경기도민이기도 하지만, 나를 소개할 때 늘 내가 발을 딛고 사는 그 지역 동네의 이름을 거론합니다. 누가 그렇게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대한민국 국민이란 것보다 경기도민이라는 것보다 더 강한 소속감을 주는 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마음일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지역 이야기를 꺼내 든 이유는 경인일보가 지난달 26일과 27일 이틀간 보도한 경기도 어느 지역이 꽃피운 희망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희망을 이야기하기 전, 먼저 말을 꺼낼 것은 불행하게도 자살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19년 기준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한 시·군은 연천군(45.8명)으로, 포천시 43.9명, 양평군 38.1명 등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가평군은 32.2명이라 같은 군 단위 지역과 비교하면 낮지만 경기도(25.4명) 전체로 생각하면 결코 낮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10여년 전 수치와 비교하면 32.2명은 긍정적인 희망의 신호입니다. 2010년 가평군 자살률은 무려 60.5명. 경기도 전체를 통틀어도 가장 높았고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할 만큼 높은 수치였습니다.

가평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인 인구가 절대적으로 많아 노인 자살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확연히 높았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 인구 비율도 꽤 높은 편입니다.

시군재정자립도 역시 경기도 내에서 하위권에 속할 만큼 재정 여건도 열악합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평군의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데 자살률은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10년간 가평군은 자살률을 '반토막'내기 위해 어떤 일을 해왔던 걸까요.

가장 큰 비결은 '지역사회의 지대한 관심'입니다. 가평군은 다른 지자체보다 조금 앞선 지난 2013년 정신건강증진센터 부설 자살예방센터를 개설합니다. 그럼에도 고작 3명뿐인 전담인력으로는 자살을 막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게이트키퍼 양성사업'입니다. 바로 각 동네의 이장과 부녀회장을 '생명지킴이'로 임명하고 자살예방사업의 실질적 주체로 나서게 한 것입니다.

물론 이 사업은 지자체들이 흔하게 '성과'로 활용하는 사업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가평군은 이 사업에 진심을 다했습니다. 센터 직원 3명이 126개리 중 98개리 이장과 부녀회장 한명 한명을 직접 만나 설득했습니다. 자살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가 개입해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을 설득했습니다.

끈질긴 설득과 교육 끝에 생명 지킴이들은 각자 마을로 돌아가 마을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살폈습니다. 마음건강조사지를 들고 동네 주민들을 직접 만났고 이상이 있다 판단되면 즉시 센터에 연락을 취해 구조했습니다. 센터는 이상이 있는 주민의 어려움을 파악해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와 연결시켰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같은 지역사회의 눈물나는 노력이 비단 가평군만의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인일보 기사에 따르면 지난 5년여간 청소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정책을 만들어 온 수원시와 수원시내 병·의원의 노력, 자살 고위험군 노인들에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용인시가 만들어 낸 '찾아가는 청춘사진관' 등 지역사회가 꾸준히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구에게나 위기는 찾아옵니다. 그럴 때 절실하게 필요한 건 주변의 따뜻한 관심입니다. 누군가의 안타까운 선택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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